펌프업/ 노던 하일랜즈 리저널 고교 11학년 탁은혜 양

예체능 재능 탁월...“초등학교 교사 될래요”
입력일자: 2013-09-09 (월)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면 한국어 구사력은 물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은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탁은혜(16·미국명 그레이스·노던 하일랜즈 리저널 고교 11학년)양. 

미국에서 태어난 2세여서 '미국인 100%'에 한국에 뿌리를 둔 '한국인 100%'를 더해 자신을 '200%의 코리안 아메리칸'이라고 정의한다. 한국인에 대한 높은 자긍심은 취학 전 조부모와 3대가 함께 살며 자연스럽게 몸에 익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토대로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시작한 한국학교(팰리세이드 한국학교) 교육이 뒷받침되면서 한층 단단해졌다. 

한국학교는 8학년까지 마치고 졸업한 후에도 보조교사로 활동하며 여전히 발걸음하고 있다. 이는 자신이 가르치는 일에 재능이 있음을 일찌감치 발견하고 어릴 때부터 교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학교에서 자신보다 어린 학생들이 열심히 한국어를 배우는 모습이 그리 흐뭇하고 좋을 수가 없단다. 오히려 이런 교육의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부하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움만 커진다고. 

올해 여름에는 재미한국학교 동북부협의회와 동중부협의회가 첫 주관한 ‘제1회 역사문화 체험학교’에도 보조교사로 참가해 자신의 재능을 맘껏 기부했다. 기본적인 한국 역사 지식은 갖추고 있었지만 이번 체험학교에서 보다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돼 학생들보다 오히려 자신이 더 많은 걸 배울 수 있어 감사해하고 있다. 

앞으로는 체험학교가 타인종에게도 많이 개방되길 기대하고 있다. 한창 대세인 K-POP이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을 때부터 한국의 대중문화에 관심이 높아 타고난 노래와 춤 실력을 기반으로 한인이 많지 않은 재학 중인 학교에서 타인종 친구들에게 한국 문화를 널리 알려왔던 터. 최근 K-POP 열기가 가열되면서 타인종 학생들의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다보니 한인 1.5·2세는 물론 타인종들에게도 한국에 직접 가지 않고도 한국문화와 역사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기회가 보다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지게 됐다. 

대학 진학을 차츰 준비해야 하는 때여서 바쁠 시기지만 학교에서 K-POP을 즐기는 학생 클럽 결성도 고려중이다. K-POP은 한인들에게는 한국문화와 접목한 뿌리교육으로, 타인종에게는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알리는 좋은 매개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사에 대한 열망은 오래토록 간직해왔지만 올 여름 온두라스 선교를 계기로 더욱 확실해졌단다. 선교지에서 병가를 이유로 결근한 현지 교사를 대신해 우연히 유치원 학급을 맡아 지도하면서 교사의 길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 동시에 그만큼 자신이 가야할 길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과목교사가 필요한 중·고등학교보다는 전반적인 분야를 두루 가르칠 수 있는 초등학교 교사를 더 원하고 있다. 우수한 학업성적은 물론 예체능에도 두루 탁월한 재능을 보이고 있어 초등학교 교사로 적격이란 나름의 판단이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중학교 때까지 육상팀에서 활약했고 고등학교에서는 마칭밴드에서 플룻을 연주하고 있다. 소속된 마칭밴드는 전국 대회에서 두루 1등을 기록하며 명성을 얻고 있을 정도. 또한 오디션을 거쳐 전교에서 20명의 여학생만 선발하는 벨즈(Belles) 합창단원으로도 실력을 뽐내고 있고 얼마 전에는 모두가 꿈꾸는 맨하탄의 세인트 패트릭 성당에서 콘서트도 가졌다. 

노래와 춤은 누구도 넘보기 힘든 실력과 재능을 겸비했지만 정작 스트레스가 쌓일 때 찾는 것은 미술이다. 음악보다 그림이 표현 수단으로 더 낫다는 생각이고 그림을 그리다보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교사의 꿈을 향해 대학에서는 교육학을 전공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올해 가을에는 학교에서 20여명만 특별 선발한 학생들로 구성된 아동발달 과목 수강 기회도 거머쥐었다. 3~6세 아동에 대해 배운 뒤 경험하게 될 유치원 현장 실습이 지금부터 기다려질 정도다. 이어 12학년 때에는 ‘내일의 교사(Tomorrow's Teacher)’ 프로그램에도 지원해 진짜 교사의 생활을 간접 경험하는 훈련도 받을 계획이다. 

학교에서 꾸준히 배워온 서반아어까지 현재 3개 국어 구사가 가능하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중국어와 일본어까지 도전해보고자 한다. 새로운 언어 습득은 사회생활에서도 필요하지만 서로간의 소통을 넓혀 결과적으로 자신의 인생의 폭을 넓히는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소외된 학생들에게 먼저 찾아가 손을 내미는 따뜻한 마음씨도 가졌다. 교회에서는 찬양팀에서 키보드와 보컬을 담당하고 있고 청소년 유스 그룹인 ‘할렘 익스플로어스’에 몸담아 매월 두 차례씩 할렘 지역의 소외계층 어린이들을 방문해 사랑을 나누고 있다. 학교에서는 최근 다인종 학생으로 구성된 기도모임을 만들어 기도생활에도 열심이다. 

가족과는 일가친척까지 모두 골프와 하이킹을 즐기며 자주 대화를 나누고 서로 비밀이 없는 것도 자랑거리. 특히 이번 온두라스 선교를 계기로 가족들이 가정예배에 더욱 충실해졌다고 귀띔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은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탁양은 탁인선·장정아씨 부부의 외동딸이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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